이동통신 업체들이 해외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값비싼 국제전화 요금을 은근슬쩍 부담케 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F·LG텔레콤은 로밍 이용 때 고객이 고를 수 있는 저렴한 국제전화 업체를 잘 알리지 않거나 아예 일부 업체와만 제휴를 하고 있다. 또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계열사나 자사 국제전화를 로밍 국제전화 기본서비스로 설정하고 있어 고객들은 모르는 사이 비싼 요금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밍 알면 요금 저렴해진다

로밍 이용자가 외국 체류 중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게 되면 국제통화료를 지불하게 된다. 이때 통화료는 KT·LG데이콤·하나로텔레콤·SK텔링크 등의 국제전화 업체가 제공하는 요금체계를 따른다. 따라서 로밍 고객이 사전에 국제전화 업체를 잘 고를 경우 로밍 요금을 상당폭 낮출 수 있다.

한 예로 미국으로 간 로밍 이용자가 SK텔링크 회선 사용시 분당 114원을 지불하지만 온세텔레콤은 101원만 내면 된다. 중국은 SK텔링크가 온세텔레콤보다 분당 52원이나 비싸다.

■이통사, 고객 선택권 제한

SK텔레콤은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KT·LG데이콤 등 모든 국제전화 업체에 회선을 개방해 놓고 있다. 하지만 요금이 비싼 SK텔링크 국제전화를 기본값으로 정해 놓고 있어 고객이 별도로 요청하지 않을 경우 SK텔링크 요금을 물게 된다. 현재 SK텔레콤 로밍 이용자 중 SK텔링크가 아닌 다른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는 10%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SK텔레콤은 “정부 시정명령에 따라 선택권을 넓혔지만 계열사 서비스를 우선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KTF 로밍 고객은 현재 선택권조차 없다. KTF는 자사의 별정 국제전화 ‘00345’만 자사 로밍에 사용한다. KTF 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SK텔링크를 추가하고 내년 1·4분기 안으로 KT·LG데이콤 등 타 사업자를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답했다.

LG텔레콤의 자동로밍은 계열사인 LG데이콤 및 SK텔링크에만 개방돼 있다.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동일 계열사인 LG데이콤 요금제가 적용된다.

LG텔레콤 관계자는 “LG텔레콤의 자동로밍은 임대로밍보다 시장 규모가 작아 국제전화 업체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로밍 제도 개선 시급

글로벌 표준인 3세대(G)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서비스가 확산되고 로밍도 ‘임대’에서 ‘자동’ 방식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WCDMA폰은 자동로밍이 기본이다. 이 때문에 로밍전화 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출국 전 로밍센터 등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저렴한 국제전화 업체가 있다는 안내를 받을 기회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SK텔레콤은 이런 문제점을 감안, 지난 5일 자사 약관에 ‘사업자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SK텔링크로 자동 연결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그러나 로밍 이용자들이 약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로밍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위해서는 시외전화처럼 ‘사전 선택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동전화 가입 때 고객이 원하는 로밍 국제전화 업체를 미리 지정토록 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