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위 '스프린트넥스텔' 지분 투자 추진

힐리오사업 활용 의도… 성사 여부는 미지수

SK텔레콤이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넥스텔에 지분 투자를 추진하며 미국 투자를 본격 확대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달 중순께 미국 투자 확대를 위해 스프린트넥스텔에 기술 및 네트워크 협력을 포함한 지분 투자 방안을 협의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국 투자 확대 차원에서 스프린트넥스텔에 지분 투자를 제의했다"며 "아직 스프린트넥스텔로부터 구체적인 답변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사모펀드 프로비던스 에쿼티 파트너스와 함께 전환사채(CB) 형태로 50억달러를 스프린트넥스텔에 출자하고, 전환가격을 현재 주가보다 20~30% 높은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스프린트넥스텔은 1899년 설립된 스프린트와 넥스텔이 합병한 미국내 3위 이동통신업체로 5,3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으로 시가총액이 425억달러에 이른다.

SK텔레콤이 이 업체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미국에서 '힐리오'라는 이동통신사업을, 삼성전자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분 투자가 성사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WSJ 인터넷판은 이날 스프린트넥스텔에서 제의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사모펀드측은 지난해 물러난 팀 도나휴 전 스프린트넥스텔 회장과 함께 50억달러를 투자하고 도나휴 전 회장이 최고경영자로 복귀하는 방안을 제의했으나 스프린트넥스텔 이사회에서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외신 보도와 달리 스프린트넥스텔로부터 거절 의사를 전달받은 게 없는 만큼 투자 제안이 종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의 스프린트넥스텔 투자설은 7월부터 흘러나왔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7월말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스프린트넥스텔 투자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K텔레콤측은 바로 조회 공시를 통해 스프린트넥스텔에 대한 투자를 부인했다.

SK텔레콤이 스프린트넥스텔에 투자하려는 이유는 힐리오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SK텔레콤은 2005년에 다른 사업자의 통신망을 빌리는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 형태로 힐리오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했으나 가입자가 14만명 수준으로 여의치 않다.

최근에는 합작 파트너였던 미국 어스링크사가 힐리오에 대한 추가 투자를 포기하는 바람에 SK텔레콤이 7,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등 계속 자금을 붓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미국내 MVNO 사업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SK텔레콤처럼 스프린트넥스텔의 망을 빌려 MVNO 사업을 하던 디즈니모바일과 엠프모바일 등은 사업 중지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스프린트넥스텔 투자를 망을 빌려서 사업하는 MVNO에서 망을 보유한 직접 서비스 형태로 선회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스프린트넥스텔은 내년부터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와이브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국내 와이브로 사업자인 SK텔레콤 입장에서 조건이 잘 맞는 셈이다. 그러나 스프린트넥스텔의 매출 둔화, 가입자 및 순익 감소 등 부진한 3분기 실적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