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독점 사용하고 있는 ‘황금주파수’ 800㎒가 연말 이동통신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LG텔레콤이 줄기차게 SK텔레콤에 요구해온 ‘800㎒ 공동 사용(로밍)’에 대해 SK텔레콤이 연내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업계 이목이 이 주파수에 집중되고 있는 것. 지금까지 SK텔레콤은 ‘800㎒ 로밍 요구는 무임승차’라고 단호하게 거절해왔다.
업계에서는 800㎒를 둘러싸고 이통3사의 속내 계산이 첨예하게 엇갈린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T는 구애중
LG텔레콤은 800㎒ 대역을 후발업체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 왔다.
산간·도서 등 외곽지역에서 SK텔레콤의 800㎒ 기지국 사용률은 6∼22% 정도인데 이 유휴 설비를 함께 써야 한다는 게 LG텔레콤 측 주장이다.
800㎒는 KTF·LG텔레콤의 2G주파수인 1800㎒(1.8㎓)보다 낮은 대역이라는 점에서 도달거리가 길다. 1.8㎓가 800㎒와 동일한 통화품질을 내기 위해서는 1.73배(산악지역은 최대 3.97배)의 투자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용 전 LG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7월 “LG텔레콤은 지방까지 시설투자하기 힘들다. 이 지역에서 800㎒ 로밍을 허가할 경우 SK텔레콤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거 LG텔레콤의 로밍 요구는 SK텔레콤을 정책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사정은 절박해졌다. KTF가 3G망 전환계획에 따라 LG텔레콤과의 2G 로밍을 2011년까지 종료한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현재 KTF는 지방에 있는 자사의 960개 기지국을 LG텔레콤에 빌려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텔레콤은 이제 직접 돈을 들여 전국에 망을 구축하든지, SK텔레콤에 의존하든지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고 말했다.
LG텔레콤은 그러나 “산간 군부대 지역 등은 KTF 전파가 현재도 못 미치는 곳이 있다”면서 “이런 곳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800㎒ 로밍을 해달라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SKT는 고민 중
SK텔레콤은 지금까지 LG텔레콤의 로밍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해왔다. ‘가장 넓은 통화권’ 자존심을 로밍으로 내주기 싫어서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5월 “KTF 대비 40% 수준의 네트워크 투자를 해온 LG텔레콤이 지금에 와서 800㎒를 같이 쓰자는 것은 무임승차나 다름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런 SK텔레콤의 분위기는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노준형 전 정통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업체간 로밍 등 공동사용 방안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가 ‘협력’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자 자율적으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협력에 필요한 부분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법 개정에 따라 800㎒ 사용기간이 만료되는 2011년 이후에도 SK텔레콤이 800㎒를 계속 쓰기 위해서는 ‘협력’ 분위기를 조성해놓는 것이 유리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800㎒ 주파수 로밍을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언제까지 LG텔레콤에 확답을 주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KTF는 걱정 중
3G로 전면 전환을 선언한 KTF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2G용 주파수인 800㎒로 협력, 2G 시장이 강화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아울러 KTF는 오는 2011년 이후에도 SK텔레콤이 800㎒를 계속 사용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KTF 관계자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 로밍은 황금주파수인 800㎒를 향후 원하는 업체에 재분배하는 정부의 정책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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