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맞물려 국회상임위 일정 못잡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임시국회 처리 불투명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1월 28일 국회에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경쟁을 통해 이동전화 요금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재판매 관련 내용이 담겨져 있어 현 정부뿐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다.

하지만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으로 인해 이 법안을 처리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개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어 2월 임시 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과 맞물려 아직 상임위원회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으며 여야 간사가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19일에 전기통신사업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으며 26일 처리도 시기적으로 매우 촉박하게 됐다.

◇의원은 지역구 행, 법안은 뒷전=전기통신사업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기정위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후 다시 상임위 전체회의,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 사이 정부 조각과 인사청문회, 대통령취임식 등의 일정이 꽉 짜여져 있어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

이와 함께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의원들의 무관심도 법안처리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과기정위는 지난 4일에 한차례 소집됐으나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13일에는 아예 열리지 못했다. 이미 상당수 의원들이 총선에 대비, 지역구에 내려가 있는 상태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차기 정부에서 다른 부처와 통합되는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다루는 과기정위를 여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4일에 전체 회의에서도 몇몇 통합신당 의원들만 모인 채 과학기술부 및 정통부 폐지를 성토하다 끝났다.

이에 따라 이번주 상임위원회가 열리더라도 현재 계류중인 법안이 많은 데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경우 사업자간 이해 관계가 얽혀있어 여야간 일사천리로 합의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위 관계자는 "현재 정부법안만 15개가 상정돼 있는데 모든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어렵다"며 "상임위가 열리더라도 여야간 합의가 상당히 진전된 몇 개 법안만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매 준비업체들만 발 동동=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안을 제출한 정보통신부와 재판매 법제화를 기다리는 통신사업자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재판매 도입은 현정부뿐 아니라 인수위원회에서도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과기정위에서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3월 임시 국회가 열리더라도 4월 총선이 임박해 있어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 경우 법안은 자동 폐기되고 차기 정부에서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법안 통과를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 재판매를 준비하고 있는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18대 국회에서 법제화가 이루어지면 사실상 법 시행은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며 "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는 재판매 도입이 시급한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 사업법 통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