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이 출시한 휴대폰의 ‘초기 버그’가 심각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60만원이 넘는 이른바 고가폰에서 이러한 초기 오류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설계 보완이 필요하다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LG 뷰티폰, 삼성 진보라폰 버그 ‘무더기’
버그 신고가 가장 많은 휴대폰은 LG전자가 야심차게 출시한 뷰티폰. 지난해 연말 국내에 출시된 뷰티폰은 출시가 73만 7,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1,500대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버그가 많은 탓에 신고 게시판도 연일 성황(?)이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에 개설된 뷰티폰 카페에는 1만 3,000여건의 버그 신고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현재 알려진 버그로는 ▲액정 번짐 현상 ▲사진 선명도 조절시 리셋되거나 느려짐 ▲음악 들을 때 터치키 먹통 ▲음악 들으면서 멀티태스킹시 EQ 설정 자동 해제 ▲전자사전 이용시 키보드 입력 불가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음악 들을 때 멀티태스킹 불가 ▲화면잠금시 액정 꺼지지 않는 등 수십 가지다.
이러한 버그는 모든 제품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마다 불규칙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뽑기를 잘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A/S 센터와 연구소에 관련된 문제점을 문의해놓은 상태”라며 “버그가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지난 2월 3일 출시된 삼성전자 진보라 가로본능폰은 더 심각하다.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와 더불어 하드웨어적인 결함까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라 가로본능폰에서 알려진 버그는 ▲내부 액정 은하수(불량화소) 현상 ▲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고 빛이 새는 현상 ▲문자 입력시 특정 조건에서 리셋 ▲외부액정 켜짐현상 등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A/S 센터에 진보라폰과 관련된 버그를 문의했으나 접수 건 수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에 개설된 진보라폰 관련 카페에는 5,800여건의 버그 신고가 들어와 있다. 문제가 심각해 제품을 교환 받은 소비자도 다수인데도 접수 신고가 한 건도 없었다는 삼성전자 측의 해명은 믿기가 힘들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부가시비스로 인한 오작동 문제로 포토제닉폰(W380)의 개통을 일시 중단했다가 최근 판매를 재개한 바 있다.
■ 소비자가 베타테스터?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도 PC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일부 초기 모델에 한해 버그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문제가 발견되는 족족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적인 오류는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대부분 문제가 해결되지만 거금을 들여 구입한 휴대폰에서 작은 오류라도 주기적으로 일어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아이디 halloviny를 쓰는 뷰티폰 사용자는 “완성되지도 않은 제품을 시판해서 소비자를 테스터로 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서비스센터에 방문하느라 소요됐던 교통비와 시간, 정신적 피해까지도 모두 보상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김혜리 간사는 “이미 시판된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특히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한데 대부분 이러한 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