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막을 내리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은 숱한 우여곡절을 낳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
국민경선’을 통해 ‘국민 후보’를 선출하겠다던 목표와는 달리 온갖 불법·부정 선거로 인해 후보 간 비방전이 거세지면서 서로 상처만 남긴 채 한 달여간의 대장정을 끝냈다.
신당 경선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지키던
손학규 후보, 조직의 힘을 갖춘
정동영 후보, 친노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이해찬 후보의 3각 정립구도로 초반 레이스에 들어갔다. 첫 경선지인 제주·울산에서 정동영 후보가 손 후보를 2위로 밀어내며 승리를 차지한 것은 결과적으로 전체 경선을 관통하는 ‘정동영 대세론’이 되고 말았다. 정 후보는 이튿날 치러진 충북·강원 경선에서도 합계 1위로 올라서며 첫 4연전의 승리를 거머쥐며 ‘손학규 대세론’을 일거에 잠재웠다.
그러나 정 후보의 초반 4연전 석권은 ‘역풍’을 동반했다. 손, 이 후보가 정 후보 측의 ‘동원선거’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협공에 나섰다. 이 후보 측은 “이용희 국회부의장 지역구인 옥천, 보은, 영동에서 선거인단을 차량으로 동원한 ‘차떼기’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고, 손 후보 측은 ‘정 후보가 당선되면 당권을
김한길 의원에게 주기로 했다’는 ‘당권거래설’을 제기했다.
한번 불붙은 공방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손, 이 후보 측은
보은군청에서 공무원이 선거인단에 등록된 사실 등을 근거로 정 후보를 몰아세웠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과 이재정 통일부장관, 차의환
청와대 혁신수석의 이름과 주민번호가 도용돼 선거인단에 등록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선은 불법·탈법 선거 공방으로 치달았다.
그러자 손 후보는 지난달 19일 “이렇게 불법·부당한 선거에 계속 참여할지 고민 중”이라며 방송 토론회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뒤 칩거에 들어갔다. 손 후보는 이틀간 대외 활동을 전면 취소한 채 서울과 경기도의 성지를 돌면서 구상을 가다듬은 끝에 ‘선대위 해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29~30일 광주·전남과 부산·경남에서 치러진 ‘슈퍼 4연전’ 역시 정 후보가 1위를 독식했다. 손, 이 후보는 즉각 ‘경선 잠정중단’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는 “경선일정을 잠정중단한다”고 했다가 정 후보 측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자 “이틀간 합동연설회만 취소한다”고 정정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김덕규·정세균·장영달 의원 등 당 중진들이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며 수습에 나섰다. 결국 당 지도부는 3일 남은 지역경선을 10월14일에 한꺼번에 치르는 ‘원샷 경선’을 중재안으로 내놨다.
정 후보는 처음엔 반발했지만 5일 회견을 열어 지도부 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신당의 경선은 경찰이 정 후보 측의 평화경제포럼 서버를 압수수색하고, 후보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했지만 휴대전화 투표가 경선 흥행의 불씨를 살렸다. 1, 2차 휴대전화 투표율이 모두 70%를 넘고, 손 후보가 모두 1위를 차지하면서 반전으로 인한 긴장감이 생겼다.
그러나 14일 8개 지역에서 동시에 치러진 ‘원샷 경선’에서 정 후보가 다시 한번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면서 신당 대선후보 티켓을 거머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