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미안해
지난겨울, 신랑과 담요를 사려고 인터넷을 보고 있는데 아들이 옆에서 한마디 한다.
“엄마! 저 침낭 하나 사 줘요.”
나는 대충 흘려들으면서 알았다고 대답하고 담요만 주문하고, 컴퓨터를 꺼 버렸다. 며칠 뒤 담요가 도착했다. 침낭같이 생겼다며 새로 산 담요를 칭칭 감고 장난을 치는 아들에게 빨리 자라고 채근했는데, 얼마 뒤 자는 줄 알았던 아들이 조용히 내게 말을 건넸다.
“엄마! 나 합숙하는 날 왜 그냥 이불 싸 줬어? 친구 엄마들이 놀렸단 말이야.”
아들은 그때 그 창피함이 새록새록 생각나는지 계속 내 머리맡에서 훌쩍거렸다.
아이들이 다니는 태권도 도장에는 2~3개월 한번씩 합숙 훈련이라는 1박2일 프로그램이 있다. 가족의 소중함과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던 차에 몇 달 전 처음으로 태권도장에서 합숙훈련에 대한 안내장을 받았다. 준비물을 훑어보니 침구도 있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이불 중에서 가장 깨끗한 것을 보자기에 싸서 보냈다. 아들도 두말 없이 그걸 가져갔다. 그리고 며칠 전 합숙 훈련 때도 보자기에 이불을 싸 보냈다. 좀 쌀쌀할 때라 겨울이불을 보냈더니 저번보다 부피가 두 배는 더 되는 듯했지만 좀 볼썽사나워도 저녁에 잠자리에 따뜻하게 자라는 생각에 그냥 보냈다.
그런데 아들이 여동생을 데리고 도장 차를 기다리면서부터 수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도장아이들을 태울 때마다 아이들을 배웅 나온 학부모들이 “너 군대 가니? 이사 가니?” 등 한 마디씩 하면서 웃었고, 그때마다 아이들도 따라 웃었단다.
어제 저녁, 내 무심함과 아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쉽게 잠을 들 수가 없었다. 그러고는 당장 야근을 하는 신랑한테 전화를 해서 침낭을 알아보라고 얘기했다. 잠든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들아. 걱정 마. 다음 합숙훈련 땐 정말 튼튼하고 멋진 침낭 들려 보낼게. 사랑한다.”
문성순 님 | 경기도 화성시 화산리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