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최고
“초롱아, 엄마 이번 주 토요일에 모임 있는데 옷 좀 빌려 주면 안 되니?”
엄마가 나에게 이렇게 말할 때면 겉으로는 “아, 그냥 엄마 옷 입어라. 나도 그날 그 옷 입어야 돼” 이러지만 속으로는 참 행복하다.
엄마아빠는 처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작하셨다. 가끔 엄마는 나를 임신했을 때도 돈이 없어서 버스를 타지 못하고 걸어 다녔던 이야기, 일을 가기 위해서 나를 외갓집에 맡겨두고 오면서 내내 울었던 이야기, 한겨울에 연탄 살 돈이 없어서 냉방에서 잤던 이야기, 쌀 살 돈이 없어서 일주일 동안 라면만 먹었던 이야기 등을 하며 눈시울을 붉히신다.
엄마는 여유롭지 못한 형편 때문에 아이 둘을 낳고는 몸매에 신경 쓸 틈도 없이 정신없이 사셨다. 그러다 보니 점점 몸무게가 불어났고, 나한테는 항상 예쁜 옷을 입혀 주셨지만 엄마는 늘 아빠가 입던 티셔츠나 예쁜 옷이 아닌 편하고 큰 옷을 입었다. 엄마가 마흔 살을 한 해 앞두고 생각지도 못했던 막내 동생이 태어났다.
그때부터 아빠의 사업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잘됐고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시내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형편이 여유로워지면서 엄마는 친구들 모임에도 나가고 피부도 가꾸고, 등산을 하며 살을 빼기 시작했다.
엄마가 살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우리 가족 몸무게 서열 중 4위로 내려갔다. 엄마가 평소에 입고 싶었던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게 되어 좋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자랑하지 말라고 쏘아대면서도 속으로는 엄마가 참 자랑스럽다. 우리를 돌보고 아빠를 챙겨 드리느라 항상 뒷전이었던 엄마가 이제 엄마의 인생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엄마가 예전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흔이 넘은 나이에 하는 것이 마음 아프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늘따라 엄마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엄마!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멋져!”
김초롱 님 | 경남 김해시 동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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