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업계가 청소년, 노인의 휴대전화 요금을 낮추고 망내 할인을 도입하는 쪽으로 요금 인하 방안을 정리하자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요금 인하 운동을 펼쳐온 서울YMCA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계층 요금 인하와 망내 할인은 이동통신 요금 정상화를 위한 물꼬일 뿐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며 "요금인하 시늉만 내고 오히려 보편적 요금인하 요구를 피해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청소년, 노인 계층의 요금 인하가 이미 올 6월 SK텔레콤[017670]이 내놓은 대책에 불과하다며 `생색내기`, `짬짜미`로 보고 있다.
망내 할인도 1998년 SK텔레콤이 도입했다가 KTF[032390], LG텔레콤[032640] 등 후발 업체의 반발로 폐지됐던 제도다.
YMCA는 "있어야 할 요금제를 없애 가격 경쟁을 막은 정통부와 막대한 초과 이윤을 누린 이동통신 업체들은 더 이상 소비자를 우롱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 `요금 인하` 엇갈린 시각 = 시민단체의 반발은 최근 거론되는 요금 인하 방침이 청와대에서 제시했던 가이드라인이나 소비자의 기대 수준에 못미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청와대가 `요금 합리화`로 폭넓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업계에서 논의되는 방안들은 `재탕`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망내 할인을 도입하면 할인율이 최대 50%는 돼야한다는 게 시민단체의 요구다.
업계에서는 5% 이상 인하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 소프트뱅크 모바일은 올초 사실상 망내할인과 비슷한 `화이트플랜` 요금제를 내놓고 단숨에 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요금제는 소프트뱅크 모바일 가입자 간 통화시 통화 요금을 면제해준다.
과도한 출혈 경쟁처럼 비칠 여지도 있지만 소프트뱅크는 4~6월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18배로 늘어나는 등 실적도 호조를 보였다. YMCA는 요금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던 가입비도 이번 기회에 완전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기본료를 절반으로 내리고 건당 30원인 SMS(문자메시지) 요금도 10원으로 낮추는 한편 일부업체의 CID(발신자번호표시) 요금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시설 투자가 모두 끝난 만큼 더 이상 이동통신사가 투자를 핑계로 비싼 가입비와 기본료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비판해왔다.
YMCA는 "이번 사안은 기업과 정부의 물밑 협상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가 입자가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찔금` 인하했다가 역풍 맞을 수도 = YMCA는 조만간 정부와 업계가 내놓을 휴대전화 요금 인하 방안을 예의 주시하는 한편 정통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계속 벌이기로 했다.
요금 인하 수준이 기대에 못미치면 국정감사 등을 통해 공론화하고, 요금 인하 운동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요금 인하가 생색내기에 그치면 오히려 이동통신 업체들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민생 현안 차원에서 휴대전화 요금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인위적인 요금 인하 정책에 대해서는 누구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과도한 요금 인하는 오히려 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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