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둘러싼 논의가 볼썽사납게 흐르고 있다. SK텔레콤의 인하안을 보면 요금을 내릴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SK텔레콤 고객 간 통화요금을 50% 할인하는 대신 기본요금을 2500원 올린다. 얼핏 많이 내리는 것 같지만, 기본요금을 올리는 바람에 실제 인하 폭은 2~3%에 불과하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꼼수이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더 가관인 것은 KTF와 LG텔레콤 등 후발업체가 이 안이 시행되면 SK텔레콤에 고객을 빼앗긴다고 아우성이라는 점이다. 어느새 소비자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리고, 업체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된 것이다. 애초에 요금을 내릴 생각이 없었는데, 여론에 떠밀려 하다 보니 이 지경이 된 게 아닌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보통신부는 그동안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을 무시하고, 사실상 요금을 인가해 왔다. 정부의 논리는 시장에 맡겨 두면 후발업체가 도태돼 독점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시장은 정부의 손아귀에서 놀게 됐고,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는 발붙일 수 없었다. 독점을 막겠다더니 독점의 폐해만 커진 셈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지난해 가계의 통신비 지출은 26조원을 넘었다. 음식·숙박비보다 많았다. 가구당 한달 휴대전화 요금이 20만~30만원으로 큰 부담이다. 요금 때문에 부모와 자식 간에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휴대전화 3사는 문자 서비스로 지난 3년간 1조원 가까운 돈을 벌었다. 원가가 건당 8원인데, 30원의 요금을 받았으니 ‘땅 짚고 헤엄치기’다.
정부가 소비자 편이고, 시장이 살아 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겠는가. 그동안 정부는 통신업체를 감싸기에 급급했고, 통신업체도 정부의 보호 아래 호시절을 보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시장에서 손을 떼고, 경쟁을 통해 납득할 만한 요금 인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선 소프트뱅크 모바일이 파격적인 요금제를 도입해 가격 인하를 선도하고 있다. 차제에 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통신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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