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로밍경쟁이 휴대폰 업계로 번져가고 있다.

그동안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몇개 나라에서 로밍이 가능하냐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면 휴대폰 업체들이 로밍경쟁에 가세하면서 부터는 얼마나 편리하게 품질 좋은 로밍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느냐가 경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부터는 전세계 어디서나 로밍을 이용할 수 없는 3세대(3G) 휴대폰은 시장에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앞으로 로밍 경쟁은 편리성과 품질 경쟁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9일 휴대폰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F등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내년부터 전세계 로밍 기능이 없는 3G폰은 공급받지 않기로 휴대폰 업체들에 통보하고 차별화된 로밍 기능 개발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휴대폰 업체들은 내년부터 출시할 모든 3G폰에 월드로밍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한다.

휴대폰 업체들은 3G폰이 국내에서 쓰는 것과 다름없는 해외에서도 음성-영상통화의 품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휴대폰 사용자들이 해외에서 로밍서비스를 이용할 때 쓸 수 있는 편리한 전화번호부와 시계 자동 전환기능 같은 편의기능도 경쟁 포인트다.

일반적인 3G폰 로밍은 3G WCDMA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3G폰에 별도의 GSM(유럽이동전화표준) 모듈을 장착해야만 3G 서비스를 아직 시작하지 않은 나라에서도 로밍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

이 때문에 현재는 일부 3G 폰에서만 월드로밍이 가능한데 내년부터는 모든 3G 휴대폰에서 월드로밍이 기본 기능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해외에서 로밍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면서도 세계 최고수준의 한국내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품질 업그레이드에 나선 상태다.

우선 통화품질을 높이기 위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인력 30여명을 투입해 세계 110여개국에서 음성과 영상 통화, 문자 메시지 등에 로밍 현장시험을 진행했다. 이 시험결과를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영상과 음성통화의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최적화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해외에서 로밍서비스를 이용해 전화를 걸면서 별도의 국제전화 코드를 누르지 않고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만 눌러 바로 국제통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편리한 기능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로밍서비스가 제공되는 나라에 도착하면 휴대폰 시계가 바로 현지시각을 표시하도록 바뀌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LG전자는 최근 세계 121개국 로밍이 가능한 3G 휴대폰을 시장에 내놨다. 지난 3월에 출시한 KH-1200 이후 두번째 제품이다. 새로 나온 월드 로밍폰은 신용카드나 통장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비밀 수첩을 비롯해 전자사전, 이동식 디스크, 단위 변환기, 지하철노선도 등 각종 편의기능을 갖췄다.

내년부터 LG전자는 모든 3G폰을 월드 로밍폰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LG전자는 12개 통신서비스업체들의 3G 휴대폰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3G 포 올(For All)' 단독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3G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상태에서 로밍 기능을 강화해 본격 시장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팬택계열도 내년에는 전세계 로밍이 가능한 3G 휴대폰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팬택 3G폰은 아직 3G WCDMA 서비스 지역에서만 로밍을 이용할 수 있는데 GSM 모듈을 장착해 세계 로밍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올 3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본격적인 3G 경쟁에 돌입한 이후 국내 3G 휴대폰 시장은 9월말 현재 국내 휴대폰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등 급속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3G 휴대폰 경쟁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 각 휴대폰 업체들의 로밍 기능을 앞세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