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최신형 휴대폰이 쏟아져 나와 휴대폰을 새로 바꾸는 일이 잦아지면서 쓰지 않게 되는 폐휴대폰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매년 1천600만대의 폐휴대폰이 배출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수거되는 제품은 연간 300만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1999년 이후 1억2천만대가 넘는 휴대폰이 생산됐지만 수거된 휴대폰은 4천만대에 불과해 최소 8천500만대의 휴대폰이 방치되고 있다.

휴대전화는 2005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의해 제조업체가 수거와 폐기까지 책임지도록 하고 있지만 의무수거율은 16.5%에 그치고 있다. 폐휴대폰의 문제점은 수거되지 않을 경우 가정에서 방치돼 오염물질을 배출하거나 중국 등 제3국으로 수출돼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오염과 건강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폐휴대폰 내부에 있는 회로보드에는 납이 상당량 들어있다. 우리나라에 방치되고 있는 휴대폰 8천500만대에 함유된 납의 양은 약 22t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먹는 물 기준에 따르면 1L 당 납 성분이 0.05㎎이므로, 이 기준으로 보면 22.1t의 납은 약 4억t의 먹는 물을 오염시킬 수 있는 분량이며 웬만한 규모의 댐을 120일 동안 오염시킬 수 있다.

휴대폰이 식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은 적은 편이지만 납 성분에 중독되면 인간의 신경계와 간을 손상시킨다. 폐휴대폰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고 매립하거나 불법투기할 경우 토양이 오염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2차 수질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태우더라도 플라스틱류에서 방출되는 다이옥신이 대량으로 뿜어져나올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휴대폰 제조사들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며 이동통신회사들도 폐휴대폰을 가지고 오면 일정 액수를 보상해주는 보상제도를 부활시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 현재 상태로서는 일반 시민들이 폐휴대폰을 처리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폐휴대폰에 대한 관리 정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폐휴대폰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정부가 직접 나서 폐휴대폰 방치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