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에서는 휴대전화로 자유롭게 쓰다가 귀가하면 같은 단말기지만 집전화로 변신시켜 값싸게 이용한다.'

새해 통신 컨버전스 큰 흐름 중 하나인 유무선통합(FMCㆍFixed Mobile Convergence)의 모습이다.

FMC라고 하면 그저 어려운 테크놀로지에 먼 미래 일로 느껴지지만 이미 우리 가까운 곳까지 찾아왔다.

휴대전화는 SK텔레콤이나 KTF와 같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주파수와 망을 이용하며 언제 어디서나 터지는 게 장점이지만 가격이 다른 통신요금보다 비싸다. 올해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인터넷 집전화는 초고속인터넷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통신요금이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기존 집전화보다도 40%가량 저렴하다. 둘을 합친 게 바로 FMC다.

즉 무선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와이파이(WiFi)를 휴대전화에 내장시켜 놓으면 집 밖에서는 휴대전화를 쓰지만 집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와이파이라는 기술을 통해서 자동으로 인터넷전화로 전환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이미 '와이파이를 내장한 휴대전화'를 생산해 해외에 판매할 정도로 일반적인 기술이다. 아직 가정에서는 맛볼 수 없지만 기업에서는 일부 서비스가 시작됐다.

SK텔레콤과 SK텔링크, KTF와 큰사람컴퓨터가 각각 손잡고 FMC를 상용화하고 기업 대상 영업에 나선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 '블랙잭(SCH-M620)'에 인터넷전화를 탑재한 FMC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KTF와 큰사람컴퓨터는 하나의 단말기로 외부에서는 이동전화로 통화하고, 무선 인프라스트럭처가 구축된 사무실 등에선 무선 인터넷전화(와이파이폰)로 쓰는 서비스인 '이야기 원폰'을 내세운다.

특히 SK텔레콤이 지난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며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라 FMC의 잠재력에 한 걸음 다가갔다.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유무선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KT도 이에 자극받아 KTF와 합병까지 거론하며 유무선 통합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LG데이콤 LG파워콤 LG텔레콤 등 LG그룹 통신 계열 3사도 FMC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FMC는 이전의 물리적인 통신 컨버전스가 한 단계 진척해 화학적인 컨버전스로 나아간 것으로 주목된다.

컨버전스의 초기 단계인 결합상품(한 사업자가 휴대전화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방송 등 여러 서비스를 묶어 저렴하게 제공하는 서비스)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상품을 하나의 고지서로 받지만 공급자는 예전과 똑같이 각각의 서비스를 제공할 따름이다.

그러나 FMC는 하나의 단말기에서 여러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명실상부한 화학적 컨버전스 단계에 접어드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물리적 컨버전스 결합상품이 IPTV 등장과 함께 시장 대세로 나타나는 가운데 화학적 컨버전스인 FMC가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다음 단계의 변신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