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인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원회의에서 ‘조건부 인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SK텔레콤은 조건부이긴 하지만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승인받음으로써 무선과 유선을 아우르는 통신시장 강자의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됐다.

공정위는 그러나 향후 통신시장의 융합이 가속화될 상황에서 국내 이동통신 1위 기업(SK텔레콤)과 유선통신 2위 기업(하나로텔레콤)이 합쳐질 경우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독점 사용해온 800MHz 주파수 여유분 재배치,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끼워팔기)시 경쟁업체에 대한 차별 금지 등 독과점 가능성을 차단할 조치들을 인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SK텔레콤은 공정위의 인가 조건이 까다롭다면서도 유불리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는 등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는 이날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갖고 유·무선 통신 시장의 구분 방식, 경쟁 제한, 독점력의 전이 여부 등을 집중 검토했다. 그 결과 양사의 결합이 이종(異種) 업종간 혼합결합의 성격을 갖고 있어 일부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즉 유선시장과 무선시장이 현재는 단일 시장은 아니지만 모바일 인터넷의 확산 등 통신시장의 융합·발전에 따라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또 SK 계열사들과 하나로텔레콤이 하는 유선전화와 전용회선 사업들이 합쳐진다는 측면에서 수평결합,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인터넷포털과 하나로텔레콤의 인터넷 데이터센터가 결합한다는 면에서 수직결합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양사의 결합을 인가하는 대신 예전 하이트의 진로 인수 때처럼 경쟁 제한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들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오는 2011년 이른바 ‘황금대역’으로 불리는 800MHz 주파수에 대한 SK텔레콤의 독점이 끝나면 회수해 공정하게 재분배하고, 그 전이라도 내년 말부터 남는 대역 주파수는 타 업체에 분배하도록 정보통신부에 요청키로 했다. 또 SK텔레콤의 무선과 하나로텔레콤의 유선 부문을 융합한 결합상품에 대해선 상품 판매는 허용하되, 결합상품 판매시 경쟁업체에 대한 차별이나 경쟁사 가입 고객을 끌어오는 행위는 금지하는 등의 조건을 달았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이 인력 조직을 분리해 운영하고 임원 겸임을 금지하는 한편 감시기구를 만들어 SK텔레콤이 이런 조건들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점검하도록 했다. 양사의 결합이 독과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들이다.

공정위의 인가조건들에 대해 SK텔레콤은 “인수·합병(M&A)의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키는 조건들”이라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정위 결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섣불리 내놓지 않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경쟁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KTF는 “공정위가 800MHz 주파수 문제에 대한 제도개선 의견을 낸 것은 바람직한 조치라고 보인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반면 LG텔레콤은 “공정위 인가조건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미흡하며, 시장점유율 제한, 특수관계인간 재판매 금지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인수·합병 건의 최종 인가 여부는 정보통신부가 공정위 결정을 바탕으로 오는 20일 여는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