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스펙 다운’ 논란이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스펙 다운이란 내수 휴대폰이 수출형과 비교했을 때 카메라 화소수가 낮아지는 등 일부 기능이 축소된 현상을 가리켜 이르는 말이다.

수출형과 내수 휴대폰 간 스펙이 달랐던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으나 최근 LG전자가 출시한 뷰티폰(LG-SH210, KH2100, LH2100)이 해외 수출형인 LG-KU990과 비교해 DiVX 코덱 및 TV아웃 등 몇 가지 기능이 빠진 것이 논란으로 불거졌다.

현재 휴대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휴대폰 전문 커뮤니티 세티즌에 올라온 ‘스펙다운현상의 진실?’이라는 주제의 글에는 관련 댓글이 170여건에 달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도 이 같은 스펙 다운 현상을 반대한다는  서명과 이통사 및 제조사를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14일부터 시작된 이 청원 운동에는 20일 현재 1,800여명의 누리꾼이 참여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 스펙 다운과 관련된 서명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14일부터 시작된 이 청원 운동에는 20일 현재 1,800여명의 누리꾼이 참여했다.

■ 내수폰 스펙 낮아지고 일부 기능 빠져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유럽 시장에 500만 화소 카메라폰인 뷰티폰(모델명 LG-KU990)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12주 만에 누적 판매 55만대, 일일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형 뷰티폰의 인기 요인으로 고화소 카메라 외 DiVX 재생 등 PMP에 특화된 다양한 부가 기능을 꼽고 있다. 유럽 지역에 출시된 LG-KU990에는 DiVX 영상 코덱이 내장돼 변환 과정 없이 영상이나 음악을 즐길 수 있고 TV아웃과 FM 라디오 같은 부가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출시된 뷰티폰(LG-SH210, KH2100, LH2100)에는 이 같은 DiVX 영상 코덱은 물론 TV아웃과 FM 라디오 기능이 빠진 채로 출시됐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의 미니스커트폰과 UFO폰도 스펙 다운 논란으로 한 차례 몸살을 앓은 바 있다. 미니스커트폰은 울트라에디션Ⅱ SGH-U600이라는 모델명으로 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됐다. U600은 320만 화소 카메라, 뱅앤올룹슨 아이스파워앰프 등이 채택되었으나 국내에 출시되면서 카메라 화소수가 200만 화소로 줄어들고 아이스앰프 파워 등 몇 가지 기능이 삭제됐다.

'스펙 다운' 논란에 서 있는 삼성전자 미니스커트폰(좌)과 LG전자 뷰티폰(우). 미니스커트폰은 카메라 화소수가 줄어들고 아이스앰프 파워 등 몇 가지 기능이 삭제됐다. 뷰티폰은 해외형에는 있던 PMP 기능 및 TV 아웃, FM 라디오 기능이 빠진채로 국내에 출시됐다.

모델명 SGH-U700으로 해외에 출시됐던 UFO폰(SCH-W300, SPH-W3000)도 대표적인 스펙 다운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해외 출시 제품의 경우 320만 화소 카메라, 외장 메모리 슬롯, 뱅앤올룹슨 아이스파워앰프 등이 채택되었으나 국내에 출시되면서 카메라는 200만 화소로 스펙이 낮아졌고 아이스파워앰프와 외장 메모리 슬롯이 삭제됐다. 제품 두께도 해외 제품과 비교했을 0.8mm가 두꺼워진 12.9mm로 알려지면서 불만이 커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능이 축소됐는데도 출시 가격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불만으로 꼽히고 있다. 미니스커트폰의 경우 국내 초기 출시 가격이 55만원으로 책정됐었다. SGH-U600의 해외 출시 가격인 400유로(우리돈 51만원)와 큰 차이가 없는 금액이다. LG전자 뷰티폰은 유럽 지역에서 550유로(우리돈 약 7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PMP 기능과 TV아웃, FM 라디오 기능을 뺀 뷰티폰은 국내에서 73만 원대로 출시 가격이 책정됐었다.

■ "스펙 다운 아니라 ‘변경’이다" 해명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제조사 관계자들은 스펙 다운이 아니라 현지 사정에 맞게 변경된 것이라 해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정 기능이 무조건 빠진 게 아니라 국내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DMB나 블루투스를 추가하는 등 커스터마이징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뷰티폰의 경우 PMP와 TV아웃 등의 기능이 빠진 대신 사전 기능을 탑재하고 블루투스 버전이 1.2에서 2.0으로 올라갔다. 미니스커트폰과 UFO폰도 일부 기능이 빠졌으나 GPS가 포함되는가 하면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는 등 일부 기능 추가 및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이통사의 입장도 기본적으로 이와 같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플랫폼이 다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기능적인 부분은 달라질 수 밖에 없고 국내 사정에 맞춰 기능을 빼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고급형 제품의 경우 실제 유통을 담당하는 이통사와 가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능이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국내에 제품을 출시할 때는 이통사랑 협의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가격과 스펙에 관한 요구가 있으면 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것이 꼭 스펙 다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은 다르다. 세티즌 운영개발팀 곽영도씨는 “새로운 기능이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이것이 소비자가 바라는 기능인가 아닌가는 생각해봐야 될 문제”라며 “한 가지를 빼고 새로운 한 가지를 넣은 게 아니라 새로 들어간 건 한 가지인데 빠진 게 2~3가지니까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유야 어찌됐건 해외 출시폰의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스펙을 바꾸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신이 생길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