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동통신 가입자임을 확인하는 손톱크기의 칩만 있으면 필요에 따라 휴대전화기를 마음대로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유럽식
3세대 이동통신 전화기에 내장돼 있는 ‘가입자식별모듈(USIM·이하 유심)’칩. 이 안에는 가입자 정보와
전화번호 목록. 신용카드 기능 등이 저장돼 있다.
현재는 휴대전화 한대 당 유심 하나만 사용할 수 있도록 잠금장치를 걸어놨지만 오는 27일부터 KTF와
SKT는 같은 사업자간내 유심 잠금장치를 해제할 예정이다. KFT‘쇼(SHOW)’와 SKT ‘T라이브’ 등 3세대 통신 가입자들은 같은 통신사의 휴대폰끼리 언제든 자신의 칩을 바꿔 끼워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 7월에는 KTF와 SKT 간에도 휴대폰 잠금장치가 해제돼 칩만 바꿔끼면 음성과 화상통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이용자의 입장에서 진단해봤다.
◇장점. “‘칩’을 바꿔 꽂으니 네 폰이 내 폰!”
유심 잠금장치가 해제되면 휴대폰을 개통할때마다 대리점을 방문해 본인 확인과 인증절차를 거쳐야 했던 불편이 사라진다. 이미 가입자 정보가 저장돼 있는 유심을 새 단말기에 꽂기만 하면 되기 때문.
또 집에서 쓰지 않고 놀고 있는 소위 ‘장롱폰’도 옛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분에 따라 ‘팬시용’으로. 또는 필요에 따라 ‘기능용’으로 가족의 휴대전화를 얼마든지 교환해 쓸 수 있어서다. 예컨대 아버지가 텔레매틱스 기능(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이 있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아들이 여행갈때나 출장갈때 아버지의 단말기를 빌려 자신의 유심칩을 끼워 사용할 수도 있다.
친구에게 “단말기 좀 빌려줄래?”란 부탁을 하는 것도 익숙한 광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전화를 받던 중 배터리가 방전되면 당황할 필요 없이 친구의 단말기에 자신의 유심칩을 꽂아 통화하면 되기 때문이다. 잘만 쓰면 사용자 중심의 생활밀착 서비스 시대를 즐길 수 있다.
◇단점. “잃어버린 폰 절대 못찾겠네…”
우려되는 점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휴대폰 분실. 도난 시 되찾을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 SKT 홍보팀 이교혁 매니저는 “현재는 음성적 시장에서 이런 단말기가 거래됐지만 유심칩이 활용될 경우 음성시장으로 단말기가 흘러가기보다 오히려 단말기를 주운 사람이 칩만 자신의 것으로 교체해 쓸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를 우려해 KTF는 유심 잠금해제를 원하는 사람만 우선적으로 풀어주는 등 보완책을 마련중이다. 또 양사는 WCDMA단말기를 3개월 이상 사용한 고객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한 가입자가 여러 단말기를 개통해 대포폰으로 판매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또다른 문제는 올 7월 타사간에 유심 잠금장치가 해제됐을 때 발생한다. 자사간에 유심칩을 이동시킬때는 통신. 문자메시지. 뱅킹. 카드. 마일리지 적립 등 기존에 자신이 이용하던 부가서비스를 제약없이 쓸 수 있지만 타사 단말기를 이용할 경우 음성·화상통화만 가능하기 때문. 심지어 문자메시지도 보낼 수 없다. SKT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마다 부가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이 달라 호환이 되지 않는다”며 “고객들이 불편없이 사용하기까지는 상당기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TF “일단 환영”. SKT “해제 안했으면…”
지난달 말 KTF
조영주 사장은 ‘쇼’ 출시 1주년 기념식에서 “유심 잠금장치를 해제해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며 “이를 대비해 의료보험카드 기능과 주민등록증 기능 등 유심 기반의 특화서비스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KTF의 한 관계자는 “유심칩 하나면 고객들이 단말기 제한을 받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한 생활이 가능해 질 것”이라며 “우리 고객이 타사(SKT)단말기를 쓰더라도 서비스 비용은 KTF에 지불하는 것이라 어떻게 보면 우리쪽도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SKT는 잠금해제를 원치않는 입장. SKT측은 “타사 단말기에 자신의 유심 칩을 꽂아 사용한 고객들이 문자메시지와 부가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불만을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올해 유심을 개방하라고 해 기술 호환이 안되더라도 하반기에 잠금장치를 풀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고객들이 불만을 정부가 아닌 업체측에 토로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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