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정신적 지주입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재작년 일이 떠올라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임신 8개월째 무거운 몸을 이끌고 외출하려던 나는 이상한 느낌에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동생에게 몸 상태를 설명하자, “빨리 119 불러 병원에 가. 양수가 터진 거야. 위험해 빨리!”라고 말했다. 그제야 나는 응급 상황이라는 걸 알았고 병원으로 실려 가는 동안 눈물만 흘렸다.
분만실로 들어가 몇 가지 검사를 받는 동안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아니다 다를까. 의사선생님께서 “다른 지역의 큰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구급차 안에서 아이가 잘못될까 봐 걱정돼 몸까지 떨려 왔다. 그때 떠오른 사람이 엄마였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무서워. 우리 아기 어떻게 해.” 하며 통곡하는 나를 엄마는 한마디로 진정시켜 주셨다.
“내 딸에게는 절대 무서운 일 일어나지 않는다. 대단한 녀석이 나오려나 본데 이 정도는 엄마가 참고 이겨 내야지? 울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라.”
엄마 목소리에 믿음과 희망이 묻어 있었다. ‘그래, 내 아이는 성격이 급하거나 뱃속에서 계산을 잘못했을 거야, 아님 엄마가 빨리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병원에 도착해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남편에게 혹시 내가 죽으면 궁상스럽게 살지 말고 새 장가 가도 된다는 웃음 섞인 유언을 하고 여유 있게 들어갔다. 얼마 뒤 회복실에서 복도로 나온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남편 옆에 동생들과 엄마가 서 있었다. 지친 모습을 보니 어두운 밤 엄마가 초행길을 물어물어 운전해서 찾아오신 것 같았다. “엄마가 괜찮다고 했제. 니 딸 건강하다. 걱정하지 마라. 팔삭둥이는 천재다.” 하시며 내 손을 잡으셨다.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무서운 순간에 엄마가 빛처럼 나타난 것이다. 어리석은 생각이 들 때도 엄마 말이 지혜가 되어 막아 준다. 엄마, 당신은 진정 나를 지켜 주는 지주입니다.
김효원 님|대구시 북구 태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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