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내 나이 서른, 아이 셋을 키우는 아빠다. 그런데 벌써 5년째 직장이 없다. 2003년 봄 나는 스물여섯, 그녀는 스물아홉 살. 우리는 연상연하 커플로 교제를 했다. 물론 누가 먼저 사귀자고 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에 서로 가까워졌고 그것이 만남의 깊이를 더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해 가을에 우리는 결혼했다.
6년이라는 자취 생활을 끝내고 가정이란 울타리가 만들어졌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그러나 신혼의 기쁨도 잠시 잠깐. 신학생이던 나는 아내가 벌어다 주는 어린이집 교사 월급 55만 원으로 매달 생활을 해 나갔다. 나름대로 신학생으로써 전도사로써 한 여인의 남편으로써 최선을 다했지만 신학생으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고 졸업한 것 외에는 남에게 털어놓기 힘든 고단한 삶의 연속이었다. 돈이라는 것과 신앙이라는 것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에 부단히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가장 노릇을 못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펑펑 울기도 했다. 신학대학원을 가고 싶었으나 졸업하자마자 가정을 꾸리는 일에 내 맘이 쏠리게 되어 포기했다. 그때는 젊으니까 언제든 기회는 있다고,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해가 갈수록 점점 돈 벌 궁리만 하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이 더욱 시리다. 세 아들을 키우는데 딱히 소득이 없는 나로서는 단돈 천 원이 아쉬울 따름이다. 버스 탈 때도 웬만하면 30분 이내 환승, 물건 살 때 100원이라도 깎으려 하고, 새벽 1~2시까지 일을 하고 마치면 2~3시간을 걸어서 집에 가곤 했다.
러나 그런 부족한 내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다. 비록 능력 없는 남편일지라도 내 곁에 함께 있어 주는 사람은 나의 아내 김은정. 그리고 우리 세 아들. 아무리 열악하고 힘든 상황이라도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보는 가족이 있기에 언제나 든든하다.
백성훈 님|부산시 북구 만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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