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야, 미안하다
내 평생 가장 후회하고 가장 가슴 아픈 일이 있다. 내가 일곱 살 때였다. 그날 부모님은 내게 세 살 된 동생을 잘 보라는 당부를 남기고 외출하셨다. 난 그때 부모님 말씀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바빴다. 어린 동생은 짧은 다리로 나를 열심히 따라 다녔지만, 나는 동생을 내버려 둔 채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며 신나게 놀았다. 바로 집 앞에서 놀았기 때문에 별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놀았을까. 나를 찾아 숨 가쁘게 달려온 엄마는 동생이 어디 있냐고 물으셨다. 어느새 나는 집과 좀 떨어진 곳까지 나와 있었다. 한창 노느라 동생을 까맣게 잊었던 나는 동생을 찾아 온 동네를 뛰어다녔다. 동생을 찾는 몇 분이 마치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동네 구석구석을 뒤져도 동생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갔는데, 부모님이 통곡하는 소리가 집 밖에까지 들렸다.
그 시절 우리 옆집에는 재래식 화장실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온 종일 나를 찾던 동생이 내가 그곳에 숨어 있는 줄 알고 들어갔다가 화장실에 빠졌던 모양이다. 그렇게 동생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내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미처 몰랐다. 그저 동생을 잘 보지 못했다고 엄마에게 혼날까 봐 그 걱정만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 한구석에 동생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 잡았다. 동생을 죽인 사람은 나라고, 나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고….
지금 내겐 여덟 살 어린 동생이 있다. 친구들은 동생과 왜 그렇게 나이 차가 많이 나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죽은 동생 이야기를 한다. 친구들은 죽게 된 사연이 웃긴다면서 농담으로 넘긴다. 나도 그것이 농담이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죽은 동생이 살아 돌아올 수 없기에 하루하루 죄인처럼 지내고 있다.
늦었지만 하늘나라에 있는 동생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 “은미야, 널 곁에 두고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
박은진 님(가명)|경남 진해시 경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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