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결혼식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취업을 나간 곳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습니다. 나보다 한 살이 많았던 아내는 본사 직원이었고 늘 자신감이 넘치는 멋진 여성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반한 걸까요. 우리는 편한 누나 동생 사이에서 3개월 만에 사랑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아내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취업했지만 늘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런 아내에게 대학에 가기를 권유했고 아내는 큰 결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대학 1학년을 마칠 때쯤 나는 입대했고, 군 복무 중에 아버지께서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아내는 “우리 현철이 데려와서 함께 살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아내 나이 스물세 살이었습니다. 한참 하고 싶은 거 많은 나이에 아내는 나와 내 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결혼식도 하지 못한 채 나와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나는 그런 아내에게 나중에라도 꼭 멋진 청혼과 함께 결혼식을 올려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직업 군인이 된 나는 부대의 도움으로 군인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내는 얼마 되지 않는 봉급으로 동생 학비에 생활비까지 알뜰하게 모아 살림살이를 늘려 나갔습니다. 그럴 때마다 “처음부터 다 갖춰 놓고 시작했으면 이런 행복도 느끼지 못했을 거야.” 하고 웃으며 말합니다. 내가 주는 작은 속옷선물에도 감격하며 눈물 흘리고, 열 살 아래인 내 동생을 자신의 동생처럼 돌봐주는 착한 아내가 나는 늘 고맙고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드디어 결혼식을 올립니다. 아내에게 2년 전에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늦었지만 이렇게 청혼할까 합니다.
“사랑하는 복란아! 당신이 내 곁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 순간은 내가 살아온 시간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 평생 동안 내 곁에서 그렇게 웃어 줄래. 당신을 정말 사랑해. 고마워.”
주석철 님 | 경기도 고양시 지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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