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
올해 팔순이 되신 아버지의 희어진 머리와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9남매를 키우기 위해 힘든 농사일에 겨울에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시며 평생 허리 한번 제대로 펴 보지 못한 나의 아버지. 30여 년 전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살아 계셨으면 아버지께서 조금이나마 편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입니다. 장대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기다리는 아줌마들 사이에 검정 장화를 신고 보리 모자를 눌러쓰고 기다리는 아버지가 보였습니다. 그때 나는 부끄러워서 아버지를 모른 채 하고 친구의 우산을 쓰고 가 버렸죠. 왜 그리 철이 없었는지, 아직도 그날만 생각하면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나에게 어머니이자 아버지였고, 또 친구였던 아버지가 요즘 말수도 줄고 웃음을 잃어버리셨습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큰오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벌써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버지 가슴속에는 큰오빠가 늘 자리 잡고 있나 봅니다.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큰오빠 무덤을 멀리서 바라보시곤 한다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그런데 얼마 전 셋째 언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와 큰오빠 산소 주위에 아버지께서 손수 심어 놓은 꽃나무들이 하루 밤 사이에 없어졌다는 얘기였습니다. 정말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무너진 아버지의 마음을 떠올리니 가슴이 메어 왔습니다. 그래서 형제들끼리 돈을 걷어 꽃나무를 사기로 결정 했죠. 그리고 꽃나무를 사 들고 시골에 내려가던 날, 편지 않은 몸으로 아버지께선 직접 나무를 심으셨습니다.
아버지와 형제들과 함께 꽃나무를 심으며 산소 주위 둘러보니 꽃들이 활짝 웃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에도 곧 웃음꽃이 피어나길 소망합니다.
정오임 님 |경남 김해시 장유면 삼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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