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
중학교 2학년 수업 시간이었죠. 친구에게 쪽지를 써서 건네다 선생님께 걸렸습니다. ‘담배 있냐?’라는 편지 글을 본 선생님은 수업 끝나고 컴퓨터실로 오라고 하셨죠. 잠시 뒤 컴퓨터실에 들어가니 선생님께서 담배 두 갑을 건네며 말씀하셨습니다.
“한 시간 안에 이걸 다 피워라. 그럼 네가 담배 피워도 아무 말 안 하마.”
결국 난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습니다.
5월 8일 어버이날, 음악시간에 〈어머님 은혜〉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과학 시간에 그 노래가 머릿속에서 맴돌고, 몸이 아픈 아버지께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내 어깨를 잡고 힘쓰시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그러자 과학 선생님이 “너 일어나 봐. 왜 울어?” 하고 물으셨죠. 하지만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났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과학 선생님께 반항한다는 이유로 교무실에 끌려가서 흠씬 맞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이 그 모습을 보고 과학 선생님께 “제가 얘기해 보겠습니다” 하고는 나를 컴퓨터실로 데려가셨죠. 무슨 일 있냐는 선생님의 따뜻한 목소리에 모든 걸 말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어깨를 토닥이며 “아버지께서 이런 니 모습 보면 더 힘드실 거야. 그럴수록 니가 더 밝은 모습으로 지내야 아버지도 편하시지”라고 말씀하셨죠.
내가 교실에 가고 얼마 뒤 자초지종을 들은 과학 선생님께서 때린 것을 사과하셨습니다.
중3 때는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져 가출해서 유흥업소에 취직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어떻게 아셨는지 그곳에 오셔서 “너를 믿는다”라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죠.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 단 한 번 학교에 가고 더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선생님께서 나를 퇴학시키려는 교장 선생님을 설득한 끝에 이듬해 졸업장을 등기로 부쳐 주셨습니다.
선생님이 주신 사랑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십여 년간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한 것이 죄송스럽습니다. 선생님, 언젠가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문성옥 님|경남 마산시 율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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