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시장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고가시장은 위축되는 반면 신흥 시장 위주의 저가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8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단가가 191달러 이상 고가 휴대폰 비중은 지난 2003년과 비교해 1.5%포인트 줄어든 15.1% 수준에 머물지만 124달러 이하 저가 휴대폰 시장의 비중은 8%포인트 늘어난 60.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의 저가폰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저가폰 시장에서 밀릴 경우 곧 시장에서 퇴출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



■소니에릭슨 공세, 노키아는 느긋


노키아가 저가 칩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저가시장에서 튼튼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모델에 치중해 온 소니에릭슨도 최근 저가폰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소니에릭슨은 최근 인도, 중국 시장 등에 저가폰들을 잇달아 선보이는 등 저가폰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소니에릭슨은 프리미엄급 휴대폰에서 적정 수익률을 유지하며 중저가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저가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노키아는 저가시장 성장의 단맛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 분야에선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로 원가경쟁력이 강하다. 이를 바탕으로 노키아는 최근 풀브라우징 확산에 따른 새로운 기능성을 부각시키는 등 고기능 제품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데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소리다.



한편 모토로라는 지난 상반기에 저가폰에 치중한 결과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이 대폭 떨어지는 등 시장공략에 실패한 이후 복귀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시장 베이스를 유지하면서 구글, 야후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터넷 접속이 쉬운 단말기와 3세대폰인 레이저2를 최근 출시하는 등 고가 시장쪽으로 무게추를 조금씩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업체, 규모의 경제 열세가 문제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플랫폼 전략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3세대(3G) 시장이 본격 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글로벌플랫폼 전략의 방향을 프리미엄과 보급형, 특화 기능 제품 등 고객 중심으로 세분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통화 방식이 통일된 3G 시장에서는 고객을 보다 세분화한 제품을 만들어도 규모의 경제를 갖출수 있는 데다 수익성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우 100달러 미만 저가 제품 비중이 지난 1·4분기 35% 수준에서 2·4분기에는 40%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들 메이저 휴대폰 업체들의 저가 시장 공략으로 휴대폰판매단가(ASP)는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2·4분기 ASP는 전분기 대비 4.5% 하락했으며 소니에릭슨도 6.7%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아직 노키아에 비해 플랫폼당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저가 시장에서 터줏대감으로 군림하고 있는 노키아의 플랫폼당 생산량이 2000만대 수준인데 비해 국내 업체들은 10분의 1일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노키아를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투자증권 권성률 연구원은 “저가폰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핵심 칩 솔루션 소싱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수 있는 탄탄한 판매망을 갖춰야 한다”며 “저가폰 시장에 대해 적절한 마스터플랜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