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ㆍLGT "SKT 지배력 강화"

SKT "요금경쟁 기폭제" 주장팽팽


통신요금 인하 방안의 하나로 요금인가제 폐지가 유력한 가운데 이에 대한 선후발사업자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요금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찬성을, KTF와 LG텔레콤은 요금경쟁 활성화보다는 SK텔레콤의 지배력를 강화시킬 것이라며 단계적 폐지 내지 공정경쟁을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대립하고 있다.

요금인가제는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재판매 의무화 법안을 마련하면서 3년 이내에 폐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폐지는 시간문제로 인식됐었다. 여기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하면서 그 폐지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전망이어서 선후발사업자간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KTFㆍLGT, "SKT 지배력 강화"=KTF와 LG텔레콤은 요금인가제 폐지로 SK텔레콤이 공격적으로 요금을 인하하거나, 이른바 `약탈적요금'(원가 이하로 요금책정)을 책정할 경우, 자신들의 시장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이 인가제에 발이 묶여있는 동안, 각종 선택형 요금제와 할인 프로그램을 통해 틈새 시장을 공략해왔다. 일례로 실속형 요금제, 약정할인, 가족사랑할인, 항공마일리지 등이 그것이다.

KTF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자금력을 활용한 공격적인 요금상품을 출시하면 후발사업자들의 요금 경쟁력은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며 "특히 망내할인이나 장기가입자 할인 등을 확대할 경우 SK텔레콤 고객을 묶어두는 이른바 `록인'(Lock in) 현상이 나타나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며 현재의 경쟁구도가 고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이런 이유 때문에 SK텔레콤이 약탈적요금 책정이나 공격적 요금인하를 단행하지 않더라도 SK텔레콤이 사실상 요금경쟁의 주도권을 쥐게돼 지배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SKT, "요금경쟁 촉발된다"=SK텔레콤은 이같은 후발사업자 주장에 대해 "요금과 서비스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갖추기보다는 규제의 보호막에서 안주하려는 생각"이라며 "요금인가제 폐지는 요금경쟁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특히 후발사업자들이 주장하는 약탈적요금제에 대해, 일회성 비용이 아닌 통신요금을 원가 이하에 책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일축했다. SK텔레콤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사업자가 존재하는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요금인가제가 없어도 약탈적요금을 적용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요금인가제 폐지는 사실상 치열한 요금경쟁이 부재했던 한국 이통시장에 새로운 요금경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네트워크, 마케팅, 자금력 등에서 모두 열세인 후발사업자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수 있는 만큼, SK텔레콤의 지배력 강화에 대한 논란 역시 확대될 전망이다.

미니해설

요금인가제는 지난 96년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29조를 근거로 이용약관인가대상 사업자로 지정된 SK텔레콤(2G 이동전화)과 KT(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가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보통신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것을 말한다. 다른 사업자들은 신고만으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