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휴대폰이 4대다. 휴대폰에 들어 있는 가입자인증모듈(USIM)을 부인과 아이들 휴대폰에 번갈아 끼워 쓰기 때문이다. 요일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휴대폰을 서로 돌려가며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이야기는 SK텔레콤과 KTF가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USIM 이동제를 도입하는 오는 27일 이후 현실화된다.

‘USIM 이동제’는 다른 WCDMA폰을 자신의 휴대폰처럼 만들어준다. 한 사람이 여러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으며 가족·친구와 휴대폰을 맞바꿀 수 있다.

SK텔레콤·KTF의 USIM 이동제는 우선 자사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시작된다. 업체를 넘나드는 전면적인 이동은 6월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USIM 이동 혜택을 기존 고객도 받을 수 있을지, 의무약정제는 어떻게 부활시킬지 등의 핵심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일대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27일 USIM 개방…마케팅 경쟁 예고

SK텔레콤과 KTF는 오는 27일부터 자사 WCDMA폰 간 USIM을 바꿔 쓸 수 있도록 잠금을 해제한다. 26일 보조금 금지법 일몰과 USIM 이동제 도입에 맞춘 것. 양사는 USIM 이동 시대를 맞아 대대적인 마케팅 경쟁을 벌일 태세다.

이미 KTF는 USIM 이동제를 ‘고객과의 약속’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나섰다. SK텔레콤도 관련 정책이 확정되는대로 고객들에게 USIM 이동제를 알려 나갈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용도와 패션에 따라 바꿔 쓸 수 있는 WCDMA의 편리한 점을 알리는 데 마케팅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폰만 가능…타사폰은 6월 이후

27일 시작되는 USIM 이동제는 일단 동일 회사 단말기 간에만 가능하다. 단말기를 바꿔도 음성·문자메시지·무선인터넷 등 모든 서비스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업체 간 이동은 오는 6월께 도입될 전망이다. 업체 간 이동이 가능해지면 가령 SK텔레콤 고객의 경우 자기 USIM을 KTF폰에 장착, SK텔레콤 휴대폰으로 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타사 휴대폰에 USIM를 끼울 경우 음성·문자메시지는 가능하지만 무선인터넷은 쓸 수 없다. 업체 간 무선인터넷 플랫폼이 다르기 때문이다.

■USIM 이동제 ‘변수’ 많다

USIM 이동제가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 WCDMA 고객이 USIM 이동 혜택을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타사 간 이동은 기존 고객은 불가능하다. 해당 기능이 지원되는 단말기가 필요하기 때문.

자사 간 이동일 경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이통업계에서는 타사 이동과 형평성을 고려, 자사 간 이동도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폐지된 의무약정제가 어떤 식으로 부활될지도 애매한 상황이다. SK텔레콤과 KTF 간 견해가 서로 달라서다. 의무약정제란 일정 기간 가입 유지를 조건으로 휴대폰을 싸게 사는 제도로 USIM 이동제 도입과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의무약정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보조금을 들여 유치한 고객이 본전을 뽑기도 전에 USIM을 갈아 끼워 경쟁사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의무약정제는 보조금 경쟁의 시발점이며 고객 불만이 집중될 수 있는 제도”라면서 “의무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KTF는 “사업자 자율적으로 약정 기간과 보조금 혜택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