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와 SK텔레콤이 4월1일부터
의무약정제를 다시 도입한다. 이 제도의 핵심은 보조금 지급이란 혜택과 약정기간이란 의무를 사업자와 소비자가 맞바꾼다는 데 있다. 언뜻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다.
하지만 `의무'라는 단어가 석연치 않다. 과연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의무약정 기간을 두는 근거는 타당한 것인가. 이 의문을 풀려면 보조금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가 따져봐야 한다.
보조금은 가입자 확보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보조금 금지법안이 유효했던 시절에 불법 보조금이 난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보조금이 소비자 후생을 단기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입자 확보 경쟁의 부차적 산물이다.
오히려 과도한 보조금은 시장을 과열시키고 요금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등 장기적으로는 후생을 저해하는 측면이 크다.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이 오히려 보조금을 원한다"고 주장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소비 행태도 사업자가 만든 것이다.
결국 보조금은 소비자보다는 사업자를 위한 성격이 짙다. 그렇다면 사업자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을 이유로 의무약정 기간을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사업자들은 이에 대해 "의무약정제에 가입하지 않아도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무약정제는 소비자들의 선택 문제"라고 말한다. 또 의무약정 기간도 복수로 운영해 선택권을 넓혔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의무약정제 도입에 따른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되면 부질없어질 공산이 크다. 이통사들은 가장 보조금이 많은 최대 의무약정 기간을 중심으로 고객을 유인할 테고, 이런 보조금의 유혹을 이겨내는 고객 또한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이지만, 만약 소비자들 모두가 약정 기간이란 족쇄를 거부하고 의무약정제를 택하지 않는다면, 사업자들의 보조금이 그만큼 줄어들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지급할 보조금을 놓고 의무약정 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소비자를 보조금 과당경쟁의 안전정치로 삼겠다는 의도가 상당한 것으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의무약정제에 쏟아지는 `소비자 족쇄'란 비판에 사업자들은 귀를 기울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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